챕터 8 : 무모한 도전 낙타에 챙겨놓은 짐은 식량 한 달치와 물 열흘 분량, 그리고 조각 재료. 위드의 등에도 커다란 배낭에 물과 소금, 식량등 15일 분량이 담겨 있었다. 더 많은 식량과 물을 담지 못한 것은 짐이 늘어날수록 사막을 행군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도 식량과 물은 엄청난 무게로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 강인한 의지로 더위를 극복합니다. 열사병으로 인한 고통이 17% 감소합니다. 현기증에서 벗어났습니다. 식은땀이 진정되면서 체력 저하 현상이 멈춥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울긋불긋한 반점이 다시 사라졌습니다. > "으으, 죽겠다." 어느덧 열흘이 지났다. 사막에서는 높은 인내력과 맷집 스탯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인내력 스탯만 무려 35개가 증가할 정도의 강행군. 노들레의 퀘스트를 했던 시절과는 달리 스킬을 쓸 수 없어도 1200이 넘는 인내력과 체력 때문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몇 배나 빨리 이동했다. "설마 이런 지구력까지 조각사에게 필요했던 건 아니겠지? 하기야 천재적인 조각사가 있어서 사막에 오지 않고 쉽게 마스터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위드는 왠지 재능은 자신과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졌다. 태양이 정수리 바로 위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햇빛에 노출된 피부들은 가렵고 뜨거웠다. 알 수 없는 피부병이 온 몸에 돋아났다가 프레야 여신의 축북에 의해서 사라지기도 했다. "이 길을 헤스티거도 걸었다는 거겠지." 위드가 고요의 사막에 온 또 다른 믿음의 근거가 있었다. '헤스티거도 해냈다. 그러면 나도 할 수 있어.' 조각 부활술로 되살린 헤스티거는 말했다. - 엘프들을 고향까지 데려다 주고 나서 대제를 찾기 위해 세상을 방랑했습니다. 그러면서 요정들과 함께 온갖 장소들을 다 가 보았습니다. 남부와 서부, 고요의 사막을 지나고 수몰의 늪과 봉인된 자들의 땅을 지나서 죽은 자의 손톱으로 만든 배를 탔습니다. "손톱으로 만든 배? 별걸 다 타 봤군. 계속 말해 봐라." - 신들의 영역에까지 가서 대제의 흔적을 찾으려고 했습니다만 그곳의 수문장과 싸우고 나서 거인들의 땅에 도착하여...... 고요의 사막에도 끝이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일종의 관문이기도 하다. '10대 금역은 독특한 지형이나 출현하는 몬스터의 강함만으로 붙여지는 게 아니라 모두 하나씩의 스토리와 역할을 가지고 있어.' 베르사 대륙에 특정한 역할을 하거나, 또 다른 중요한 관문이 된다. 헤스티거는 고요의 사막을 넘어서까지 모험을 이어나갔었기 때문에, 이곳이 무조건적인 죽음의 지역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위험한 만큼 존재의 이유가 있을 테지. 그리고 극한의 환경에서 목숨을 걸고 조각술을 완성시킨다.' 위드의 다짐 속에 마침내 오아시스가 나타났다. 푸홀 워터파크만큼은 아니었지만 꽤나 넓은 물에 작은 숲까지 있는 모습. "푸헤헤헹!" 지쳐서 비실거리던 낙타가 미친 듯이 뛰었다. 위드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기에 체력을 아끼면서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오아시스는 가까워지지 않고 사라졌다. 사막의 신기루! 낙타가 망연자실해서 멍하니 있는 동안에 위드는 생각했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끊임없이 마음의 시험을 받는 거지. 그렇지만 난 절대 포기하지 않아. 조각술의 마스터는 그만큼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드레이는 사냥으로 레벨을 올리고 있을 것이다. 파비오나 헤르만도 예상과는 달리 헬리움을 가공해서 마스터를 하지 말란 법도 없다. 수억 명에 달하는 로열 로드의 유저들. 그들이 놀고 있지 않을 것이니 그대로 가만히 있는 건 도태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최초로 조각술 마스터를 하면 떼돈을 벌 수 있어." 위드에게는 역시 돈이 가장 중요했다. * * * 한 달. 고요의 사막을 오로지 남쪽을 향해서만 걸으면서 보낸 시간이었다. - 고요의 사막에서 30일을 보냈습니다. 베르사 대륙의 역사상 고요의 사막에서 단기간에 가장 긴 거리를 이동했습니다. 호칭 '사막의 빠른 발걸음'을 획득하셨습니다. 본인과 동료들의 이동 속도가 16% 증가합니다. 체력 소모가 저하되고, 열사병의 위험을 낮춥니다. 자연과의 친화력이 45 높아집니다. 통솔력이 21만큼 증가합니다. 인내와 맷집이 27씩 늘어났습니다. "나쁘지 않군." 위드의 피부는 검게 그을렸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어쨌든 사막에서 아직까지는 버텨냈다. 싸구려 낙타도 비실비실하던 처음과는 달리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전투를 거치진 않았어도 사막에서의 경험치가 쌓이면서 늠름해진 것이다. "그만 처먹어라." 단점이라면 성장하면서 갈수록 음식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점. 위드는 부쩍 줄어든 짐을 봤다. '아껴먹었지만 고작해야 20일 정도 버틸 수 있겠는데.' 하루에도 백 번 넘게 북쪽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지금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거리를 지나쳤다. 앞으로 전진해서 오아시스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영락없이 죽음뿐이었다. '죽음을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언데드로 사막에서 되살아나면 두 번 죽는 건데.' 레벨 하락은 물론이고 마스터가 1%도 남지 않은 조각술 숙련도까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가보자. 이게 옳은 길이라고 생각해. 다시 되돌아간다면 남는 건 아무 것도 없어. 정의가 항상 패배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가끔씩 실수는 있겠지.' 사막을 걸으면서 힘들 때면 지나온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전혀 앞이 보이지 않았던 배고프고 어두운 시절이 있었다. '전기를 끊는다고 몇 번씩 사람이 찾아오고, 불과 일주일 식비도 없던 때가 고작 몇 년 전이지. 그에 비하면 아직 20일 정도는 먹을 음식과 마실 물이 있어.' 고요의 사막에서 돌아선다면 다신 이곳에 도전하지 못하게 되리라. 목숨을 잃더라도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끝까지 걷자. 목숨을 걸고 최악의 환경에서 조각품을 만들려고 했는데, 정작 그때가 다가왔을 때 포기할 수는 없는 거잖아.' 하루가 지났다. 밤낮 없이 최소한의 휴식을 취하면서 계속 걸었다. 또다시 하루, 이틀이 지나고 얼마 남지 않은 물과 식량이 계속 줄었다. 가끔씩 보이는 거라고는 놀리려는 듯이 나타나는 허황된 신기루뿐이었다. 위드와 낙타는 사막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었다. 처음에는 그렇게도 말썽을 부리던 낙타가 지금은 포기한 것인지 얌전히 따르는 것이 고마울 뿐이었다. 열흘 정도가 지날 때는 물을 아껴 마시면서 더욱 심한 강행군을 했다. 위드의 입술은 바짝 말라서 갈라졌다.
말을 하려고 해도 목이 타들어가는 고통 때문에 나오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휘몰아치는 모래 바람을 견디면서 걸었다.
'고요의 사막을 통과해야 한다. 오아시스를 찾아내지 못한다고 해도 아르펜 왕국이 있는 대륙의 북부 면적을 감안하더라도 계속 걷는다면 이 끝에 도착하게 될 거야.'
아직까지 냉정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14일 정도가 더 지나자 식량이 먼저 다 떨어졌다.
체력을 지키기 위해서 먹었던 마른 육포가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사막에 잘 견디는 낙타조차도 기진맥진해서 쓰러지기 직전.
위드는 목이 갈라진 쉰 소리로 말했다.
"더 가자. 아직 갈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어."
낙타를 독려하면서 4일을 더 걸었다.
굶주림과 탈진에 이를 정도의 지친 몸. 메시지 창이 뜨지 않더라도 한 걸음씩 걷기 힘들 정도로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드디어 마지막 수통의 물 한 모금 정도만이 찰랑였다.
'이대로 죽는 것인가. 고요의 사막에 대해서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가. 조각술 마스터의 마지막 순간에 두 번 연속으로 죽어서 모든게 끝나버리나.'
수통을 쳐다보는 낙타의 눈이 간신히 끔뻑끔뻑 거렸다.
이 못된 주인이 그 물을 자신에게 줄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위드는 수통을 기울여서 낙타의 입에 물을 부어주었다.
'난 어차피 되살아나면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지만 넌 이게 마지막이겠지.'
낙타가 NPC라는 점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두 달 넘게 꼬박 함께 사막을 걸은 사이라서 미운 정도 들었다.
위드는 마지막 수통의 물을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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